창업의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시장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최근 창업 및 투자 환경의 변화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유행에 올라타려고 하지 마라
길거리에 많이 보이던 무인 인형뽑기 매장, 대왕 카스테라, 탕후루 같은 상점들이 한때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불과 몇 년 만에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에 따라 생겨난 유행의 산물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IT 업계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납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했던 분야를 살펴보면, 메타버스, 암호화폐, BNPL(Buy Now, Pay Later) 등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며, 수많은 파생 기업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잠깐의 유행이 지나가고 나면 시장은 급속히 식고, 그동안의 투자와 자원은 헛되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AI가 최근 시장을 지배하기 전, 이들 유행 시장은 조용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히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유행이나 화제성에 휩쓸리기보다, 장기적인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춘 사업 전략을 세우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유행에 올라타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높습니다. 창업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미래의 흐름을 읽고, 유행이 지나도 생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창업의 상향 평준화
창업 시장과 취업 시장은 많은 면에서 닮아 있습니다. 과거에는 신입 자리가 신입 지원자들에게 주어졌지만, 이제는 중고 신입들이 해당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마찬가지로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비창업 패키지나 시드 투자 대회와 같은 프로그램들은 예전에는 어느 정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정보와 기술력이 크게 발전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심지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수백만 원을 들여 컨설팅이나 에이전시에 의뢰해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팀들도 많습니다.
이로 인해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기술과 역량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건을 훨씬 초과하는 기업들이 예비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단순한 아이디어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졌습니다. 창업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창업의 기본기를 넘어서, 전략적 사고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 상황
스타트업 투자 시장 역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여러 군데에 소액 투자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1억씩 10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여, 그중 하나가 성공하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급속히 성장해도 비즈니스 모델의 안정성이 부족하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투자 트렌드는 소수의 유망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10억을 10개의 기업에 나누어 투자했다면, 이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두 기업에 100억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아무리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았더라도, 내부에서 영업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구조라면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도 비즈니스 모델이 불안정하면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투자를 받아 인력을 늘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의 안정성과 자립성이 없으면,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했다가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창업자는 외부 자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부에서 자생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실행과 검증이 핵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한 아이디어만으로 정부 지원 사업이나 시드 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이는 마치 중고 신입들 사이에서 비전공자로 경쟁하려는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문제는 많은 창업자들이 '잘 될 것 같은 아이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수년간 정부 지원 사업만 준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는 점입니다. 사업계획서를 잘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템의 가능성을 실제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 증명을 위해서는 간단한 프로토타입이라도 만들어 실제 시장에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행을 통해 얻는 것은 단순한 계획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실행과 검증을 통해 창업자는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전략을 조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실행해보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경험은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자금 부족을 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지만, 현실은 더 냉혹합니다. 현재 시장에서 지원금과 투자 유치는 과거보다 더 어렵고,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이 점을 인지하고 창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앞서 2.2 챕터에서 언급한 것처럼,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입니다.
또한, 빚을 내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투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자금을 무리하게 조달해 시작한 서비스는 자칫 실패했을 때 큰 부채만 남게 될 수 있습니다. 창업의 본질은 자립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검증을 통한 꾸준한 개선에 있습니다.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장기적인 생존과 성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